(보물 제1887호) 노영 필 아미타여래구존도.고려 태조 담무갈보살 예배도
나무판에 흑칠을 한 후 금가루로 그린 고려시대의 불화. 2016년 2월 22일 보물로 지정되었다.
나무판에 흑칠을 한 후 아교에 금박가루를 개어서 만든 이금(泥金)으로 그린 불화이다. 고려시대 말인 1307년에 노영(魯英)이 그린 작품이다. 노영은 1327년에 강화도 선원사 비로전 벽화와 단청을 조성할 때에 우두머리 화가로 활약한 것이 확인된다. 나무판은 세로 21.0㎝, 가로 12.0㎝의 크기로 그림이 그려진 나무판 바닥의 양 끝에는 두 개의 촉을 달려 있다. 이는 이 그림을 받침대 같은 곳에 꽂아서 앞뒤 불화를 예배할 수 있도록 고안한 것으로 보인다. 나무판 가장자리는 일반적인 사경변상도(寫經變相圖)의 테두리처럼 금강저(金剛杵) 문양으로 장식되어 있다.
내용과 특징
앞면에는 아미타여래를 중심으로 하여 팔대보살을 표현하였고 뒷면에는 지장보살과 담무갈보살이 등장하는 그림이 보인다. 이는 고려 태조(太祖)가 금강산의 배재(拜岾)에서 담무갈보살에게 예를 갖추어 절을 올렸다는 이야기를 그린 것으로 고려시대에 크게 유행했던 금강산 신앙의 일면을 보여준다.
앞면의 상단에는 엄지와 약지를 맞닿은 중품하생인(中品下生印) 수인(手印)을 한 아미타여래가 자리하였으며 그 아래에 팔대보살이 묘사되어 있다. 팔대보살은 각기 발(鉢), 버드나무 가지, 금강저와 같은 지물을 들고 있다. 이들을 둘러싼 공간은 구름 문양으로 장식되어 있다.
뒷면에는 지장보살과 담무갈보살이 그려져 있다. 화면 하단의 중심에는 암벽 위에 오른손으로 원형 보주(寶珠)를 들고 있는 지장보살이 앉아 있다. 지장보살은 오른쪽 다리를 올려 반가부좌 자세로 앉아 있다. 지장보살 오른쪽에는 절을 올리는 인물이 있고 왼쪽에는 합장을 하며 예를 올리는 인물이 앉아 있다. 오른쪽에 묘사되어 있는 인물 위에는 ‘노영’이라는 명문이 있어 이 인물이 화사 노영임을 확인할 수 있다. 지장보살 주위에는 신비로운 연기와 구름으로 치장되어 있다. 화면 상단의 오른쪽에는 여러 권속(眷屬)을 거느린 보살이 서 있으며 왼쪽에는 험준한 산봉우리 십 수개가 그려져 있다.
그런데 봉우리 사이로 보이는 절벽 위에 보살을 향해 절을 올리는 한 인물이 보인다. 그 옆에는 ‘태조(太祖)’라는 글씨가 있어 이 인물이 고려를 창건한 태조 왕건(王建, 877~943)임을 알 수 있다.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의 〈회양 정양사조(淮陽 正陽寺條)〉에는 고려 태조가 금강산에 올랐을 때 담무갈보살이 돌 위에서 몸을 나타내어 광채를 발산하였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에 고려 태조가 신하들과 함께 절을 드린 뒤 정양사(正陽寺)를 창건했다고 한다. 이를 통해 본 유물에서 광채를 뿜으며 오른쪽에 서 있는 보살이 담무갈보살임을 알 수 있으며 여러 산봉우리들은 금강산을 표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본 유물에 보이는 금강산 장면은 현재 전하는 금강산 그림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금강산 부분에서는 산과 나무를 묘사하는 데에 치형돌기(齒形突起)와 침형세수(針形細樹) 등의 표현 기법이 동원되었다. 이는 북송(北宋) 대 이곽파(李郭派) 화풍을 일부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고려시대의 일반 회화가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상황에서 고려시대 산수화풍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라 할 수 있다. 본 유물은 2016년 2월 22일 보물로 지정되었다.
제작 배경
본 유물에는 두 군데에 중요한 명문이 남아 있어 작품과 관련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먼저 그림 바닥에 달려 있는 촉과 촉 사이에 “大德十一年丁未八月日 勤畫魯英同願□得□(대덕십일년정미팔월일 근화노영동원□득□)”라는 글귀가 남아 있다. 이를 통해 대덕 11년, 즉 1307년 8월에 이 유물을 화사(畵師) 노영이 그렸고 □득이 발원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지장보살이 그려진 면에는 왼쪽의 직사각형 구획 안에는 “同願□惠朴益松全亘申良成幹(동원□혜박익송전긍신량성간)”이라는 명문이 있다. 이는 □혜, 박익송, 전긍, 신량, 성간이 유물 제작의 발원에 참여했음을 보여준다.
가치 및 의의
본 유물은 고려 시대 불교 공예 및 회화가 달성한 높은 예술적 기량과 완성도를 보여준다. 아울러 남아 있는 명문을 통해 작가와 조성연대, 발원자(發願者)가 분명하다는 점에서도 매우 중요한 자료이다.
[魯英 筆 阿彌陀如來九尊圖 및 高麗 太祖 曇無竭菩薩 禮拜圖] (두산백과 인용)
2024.11.27 촬영
2018.09.01 촬영
2017.06.10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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